짜증으로 덮인 나의 걱정

짜증으로 덮인 나의 걱정

그날, 남편은 평소와 다르게 이마를 짚으며 침대에서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만 간간이 내고 있었다. 그가 몸이 좋지 않다고 힘없이 중얼거렸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알 수 없는 짜증이 먼저 치밀어 올랐고, 그 순간 내 입에서는 걱정스러운 말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지적이 튀어나와 버렸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나는 그에게 그러게 좀 평소에 잘 챙겨 먹지 그랬냐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누워있는 그의 옆에서

침대에 누워 미동도 없이 천장만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은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나는 쉽사리 다가가 그의 이마를 짚어보거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이미 내뱉어버린 말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듯했고, 그의 옆에 앉아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약이나 사다 주겠다며 건조하게 말했다.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고,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그의 보온병을 보며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며 현관을 나섰다.

약국을 향하던 발걸음

밖으로 나오니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한산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약국으로 향하는 길 내내 내 발걸음은 망설이는 듯 느려졌고,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치던 간판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약국에 도착하여 증상을 설명하고 약을 사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왜 그렇게 차갑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후회가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 그에게 약봉투를 건넬 때, 내 표정이 평소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야 거울을 통해 알게 되었고, 물 한 컵과 함께 약을 전해주면서도 어색하고 굳은 미소를 지으려 애썼던 기억이 선명했다.

잠든 이마에 얹은 손

그날 밤, 나는 잠결에 뒤척이다가 조용히 잠든 남편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깊은 잠에 빠져든 듯한 그의 얼굴에는 미열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그의 이마에 얹어 열기를 확인했다. 남편은 잠든 줄 알았는지, 아니면 그저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인지, 나의 손길에도 꿈쩍하지 않고 그저 미동 없이 가만히 숨만 고르고 있었다. 차마 미안하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의 미열만을 말없이 느끼며, 한동안 그의 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조용한 방 안에는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렸다.

손끝에 남은 온기.

✍️ 글쓴이: 이수현 | 에세이스트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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